진단님이 쓰신 카즈톨비 - 열병의 뒷 이야기.
톨비쉬의 죽음 이후의 내용을 짧게 낙서.
저퀄주의!
선지자들이 시신을 이용하여 사도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알반 기사단은 순직한 기사단원들을 모두 화장했다. 시체를 남기지 않으려 함이었다. 어차피 기사단원들은 가족도, 연인도 모두 버린 채 제 몸을 기사단에 바친 자들이니 시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화장된 기사단원의 시신은 하얀 뼛가루가 되어 바람을 타고 에린 어딘가에 뿌려졌다. 뒤에 남는 것 하나 없는, 알반 기사단 다운 장례였다.
톨비쉬의 장례식은 조촐하게 치뤄졌다. 알반 최강의 기사가 덧없는 열병에 스러졌다는 것은 많은 기사단원들을 절망케 하였으나 막상 장례식에 자리한 것은 엘베드의 조원들과 조장급 기사들 뿐이었다. 그나마 조장급 기사들이 자리한 것도 톨비쉬가 조장이었던 덕이겠지. 그것을 덕분이라고 칭하는 것도 우스웠다. 기사단은 기사의 순직으로 온 기사단에 침울한 분위기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일리있는 말이긴 하였으나 그토록 많은 일을 해 온 기사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는 이가 고작 다섯이라니. 조장도, 엘베드 조도 아닌 알터는 밤새 눈이 벌개지도록 엉엉 울었다. 이래서는 사기를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높으신 분들의 생각은 늘 우민들로서는 짐작하고싶지도 않은 법이다.
카즈윈은 톨비쉬의 장례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지상에서 올려다 봐 봤자, 높이 쌓인 나뭇단 위에 누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 뻔했으니까. 망루에 올라선 카즈윈은 단 위가 잘 보이는 자리에 다리를 내놓고 걸터앉았다. 땅바닥에서 누군가 화를 내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아벨린이겠지. 자리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고 있는 것이리라. ...아무래도 좋다. 등 뒤의 기둥에 기댄 카즈윈은 나뭇단 위에 반듯이 누운 톨비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잠든 듯이 숨을 거둔 톨비쉬의 마지막 얼굴이 눈앞에 선연하다. 얼굴 옆에 가만히 내려 놓았던 백합. 얼굴에 피었던 열기운이 사라져 다시 본래의 흰 빛을 되찾은 얼굴이 참 백합과 닮았었는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몇 번을 불러도 톨비쉬는 눈을 뜨지 않았다.
하하, 깜짝 놀랐나요? 제 연기도 제법이죠? 가늘게 실눈을 뜨고,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즈윈,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군요?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톨비쉬가 몇 번이고 꿈 속에 있었다. 말간 얼굴에 드리워진 웃음이 꿈에서나마 톨비쉬답기 짝이 없어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꿈. 카즈윈은 잠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지상에서 들리던 소음이 멈추었다. 자신을 내버려두고 진행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애달픈 소리로 조종이 울렸다. 지상에서 작게 불꽃이 피었다. 들꽃마냥 조그맣던 주황빛 꽃은 이내 기름을 먹인 커다란 나뭇단으로 옮아붙었다. 불이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늘 몸을 감싸고 있던 갑주를 벗고 편안한 옷을 입은 톨비쉬의 몸 주변으로 넘실넘실 불길이 춤을 추었다. 겨우 열이 내렸는데. 너울거리던 불꽃이 그의 몸을 집어삼켰다. 습기 하나 없는 선선하고 좋은 날씨에 불꽃은 기세좋게 타올랐다. 불 안에 휩쓸린 기사는 금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카즈윈의 남색 눈에 주황빛이 그득 들어찬다. 이따금 불티가 축제라도 하는 듯이 날아올랐다. 제 멋대로 하늘으로 튀어오른 불티는 허공에서 빛을 잃고 사라져버리고. 카즈윈은 그 모든 불꽃이 흔적도 남지 않고 사그라 들 때까지 그것을 지켜보았다.
기억과 감정마저 태우듯 지져내어 없애버릴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열기가 스러지고 잿빛 폐허만 남은 곳을 내려다보며 카즈윈이 긴 숨을 내쉬었다. 내내 손 끝에 들려 있던 백합 줄기가 짓눌려 초록 물이 터졌다. 손끝이 끈적해졌다.
불꽃이 타는 내내 한 번도 불지 않던 바람이 뒤늦게 불어왔다. 제법 강단있는 바람이 너를 닮았다. 카즈윈은 들고 있던 백합을 허공에 건네주었다. 바람에 실린 흰 꽃은 인사라도 하듯 바람에 실려 두어 번 재주를 넘었다.
"...톨비쉬."
마치 그가 제 앞에 있는 듯이 여상스레 입을 연 카즈윈이 한 번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시선을 거둔 카즈윈은 듣고 있는 이가 있기라도 한 듯이 조용히 목소리를 내려놓았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
가을이 끝나가는 무렵의 일이었다.
ㅡ
트윗롱거 기준 2145자!
뭔가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생각보다 퀄은 안 나온 거 같고
총체적 난국.. 음.. 그러하다...
진단님의 열병 글이 넘 좋아서 멋대로 통보하고 화장하는 장면을 썼는데
진단님이 남겨주신 여운과 아련함... 모두 어디로...? 하ㅏ하하
암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 진단님 금썰 고마워요 신세만아오 앞으로도 잘부탁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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